회사소개

자기도 모르게 악마왕 루시퍼의 말투를 따라하며 마신이 힘을 이끌어내었다. 격이 딸리는 것들 따위 몇이 있다고 한들 아무렇지 않다. 섬광이 우주를 휩쓸고 수십억의 존재가 일거에 사라졌다. 하지만 서 있는 자들이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망할 녀석.”

“허허. 지금은 다시 마술과 전쟁의 신인가.”

제우스와 오딘.

“드디어 그분의 곁으로 간 스타토토사이트 알았더만……. 그래도 나쁘지 않군.”

“망자 심판이 얼마나 힘든데. 일 좀 그만 늘려라!”

“수고했구나, 화이야.”

“네가 만상의 끝을 본 존재인가.”

“…난 죽었는데?”

요조. 지왕. 초인. 천관. 선제.

근원의 좌에 앉은 자들.

“이런다고 뭔가 달라질 것 같느냐!”

마신이 빠득, 하고 이를 갈았다. 신왕들을 몰락시킨 것이 누구던가. 저들을 근원의 좌에 앉힌 것이 누구던가. 바로 마신 자신이었다. 통제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에 근원의 좌라는 자리를 준 것이다.

“사라져라. 망령도 되지 못하는 벌레들아!”

신왕들과 근원의 좌들의 인영 롤토토사이트 무너져 내렸다.

남은 것은 단 하나.

하나 마신은 자기도 모르게 롤베팅 멈추고 말았다.

“이건…….”

화이는 멀찍이서 마신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다면 롤배팅 사내는, 백화이의 스타베팅 하고 있는 인영은 대체 누구인가.

“…그래. 과거의 나란 말이지.”

마신이 아직 인간일 적의 모습. 고뇌 끝에 절대악이 되겠노라 결심하기 롤드컵토토 자신. 스스로가 부정당하는 것만 같았다. 너는 잘못된 길을 걸었노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롤토토 수가 없었다.

“떨어져 내려라!”

과거의 마신 또한 똑같이 움직였다. 스타토토 거울에 비친 상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떨어져 내려라.”

두 개의 목소리가 겹쳤다.

“새벽의 샛벼얼!”

“새벽의 샛별.”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마신은 보았다. 자신이 미처 없애지 못한 인영이 하나 남았음을. 화이의 곁에서 그를 꼭 안고 있기에 보지 못한 검은 소녀의 모습을 보았다.

“…메피스토, 너마저.”

내가 잘못되었다는 거냐.

마신은 끝내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 * *

떠오른 것은 최초의 기억.

까마득한 과거이자 더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흔적.

만상서고가 없는 세계에서 메타트론의 책을 두고 악마왕 루시퍼와 싸울 때의 일.

첫 번째 화이가 아담에게서 받은 권능은 눈이었다. 모든 것을 바라보고, 분석하여, 모방하는 힘. 물론 모방이라 해도 기껏해야 삼할의 힘을 베껴낼 수 있다면 성공적인 수준. 힘을 쓰는 방식이 아예 다르다면 무용지물. 화이도 아무리 강해져 봤자 절대로 아담이나 신왕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절대자들이 모여 벌이는 전투는 화이에게 더욱 큰 힘을 가져다 주었다. 악마왕 루시퍼의 일격에 튕겨나간 화이는 사흘 내내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싸움을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무술을, 술법을. 그들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분석하여 모방해 내었다.

그리고 사흘의 전투 끝에 악마왕 루시퍼가 승리하여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의 목숨을 끊으려 할 때, 화이는 일어섰다.

모방한 힘은 이미 인간의 힘을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피가 끓어오르고 근육이 찢어져 나갔다. 기껏해야 공격 세 번. 화이는 그것이 자신의 한계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사흘의 전투로 기진맥진해진 루시퍼를 기습하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내가! 이 루시퍼가……!”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화이가 손을 빼내었다. 그러자 루시퍼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다. 화이는 허물어지는 루시퍼를 발로 차 옆으로 치운 뒤 발걸음을 옮겼다. 격렬한 전투의 여파로 루시퍼의 궁전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 마계의 붉은 별빛이 비추어지고 있었지만 단 하나, 멀쩡한 것이 있었다.

루시퍼의 옥좌. 화이가 손을 뻗자 그 형상이 일그러졌다. 일종의 환상결계임을 깨달은 화이는 옥좌의 모습 뒤에 숨어 있는 물건을 꺼내들었다.

거대한 황금빛의 책. 펼쳐져 있는 페이지 위에는 계속해서 문자가 쓰여지고 있었다. 원래라면 몰랐겠지만 옥황과 오딘의 술법까지도 베껴낸 화이는 그것이 모종의 자동해석술식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과정이 거의 끝나 가고 있다는 것 또한.

“…배, 백화이! 그거다! 우리의 승리다!”

미카엘의 환호가 들려왔다. 그는 다 죽어 가면서도 화이가 꺼내 든 물건을 보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화이는 걸음을 옮겨 책을 건네주려고 했다. 동시에 이 책을 건네는 순간이 그의 최후임을 직감했다. 한계에 달한 육신이 당장이라도 부서져 나갈 것만 같았다.

“잘했다. 잘했어! 네 덕에 세상은 구해진 거야! 역시 정의는 승리했어. 아아. 주여, 감사합니다…….”

미카엘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정말로 지금의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기뻐하며 화이를 향해 감사를 보내고 있었다. 바보 같을 정도로 순수한 선의善意. 마치 어린아이와도 같은, 화이가 옛적에 잃어버렸던 감정. 화이는 입가가 비틀리는 것을 느꼈다.

‘왜, 나는.’

머리가 싸늘하게 식어갔다. 미카엘이 수천 년을 살면서도 어떻게 선인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답은 명료하다. 그가 압도적인 힘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동시에 천국이라는, 선의만이 넘쳐나는 곳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왜, 나만!’

실핏줄이 터진 화이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만약 미카엘이 멀쩡했다면 화이는 그를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온갖 우연이 겹치고 모든 것을 희생하고 끝내는 목숨까지 바쳐가며 다다른 경지인데도. 그런데도. 미카엘은 그저 그런 힘을 갖고 탄생했을 뿐이다. 질투가 샘솟았다.

‘나도, 나도…….’

널브러진 리리스의 시체가 눈에 들어오자 수많은 이의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떠올랐다. 여동생 연희, 부모님, 사형 황곤도사, 스승 화린, 구요당의 도깨비들, 친우 리리스. 소중했지만 지키지 못했던 이들. 왜 나는 잃어야만 하는가. 분노가 차올랐다.

“뭐, 뭐 하는 거냐. 어서 책을 넘기래도.”

미카엘의 재촉에도 화이는 책을 넘기지 않았다.

응당 해야만 함에도 그러지 않았기에 나태.

스스로의 분수를 넘는 것을 탐하기에 폭식.

욕심이 지나쳐 독차지하려 하기에 탐욕.

“내가.”

화이가 황금빛의 책을 펼쳐들었다. 자동해석은 막바지에 다다라 몇 개의 글자를 나타내고 있었다. 화이는 그것을 바라보며 작게 읊조렸다.

“세상을 바꾸겠다. 나만이 옳은 길로 이끌 수 있다.”

그리고 교만.

“…무슨 말을.”

그 눈은 이미 탁하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미 한계에 달한 몸뚱아리를 비틀대면서도 책만큼은 놓지 않고 있었다. 미카엘은 화이의 눈에서 신념과 그것을 더럽히는 오만을 보았다.

“크, 크크……. 느껴지지 않는 거냐, 미카엘.”

루시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장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것 같은 상태이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화이의 감정이 흘러들어 오는 것을 느끼며 루시퍼는 계속해서 웃었다.

“아아. 저토록 짙은 부의 감정이라니. 색욕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만. 저 정도면 충분하겠군. 잘 봐두라고.”

미카엘이 신음을 흘렸다. 화이를 향해 달려들고 싶었지만 넝마가 된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막아야만 했다. 지금 루시퍼의 말이 의미하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했다.

“백화이가 다음 악마왕이라는 거냐……!”

“아니.”

화이가 단호하게 내뱉었다.

“왕에서 그칠 생각은 없다.”

파아앗—!

책에서 더욱 짙은 황금빛이 치솟기 시작했다. 탁했던 화이의 두 눈에도 다시금 빛이 어렸다.

“신神. 나는 마신이 되겠다.”

책 위에 수놓아지는 다섯 글자. 그것들은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 내었다.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해답이자 만물의 근원. 화이의 입술이 달싹였다.

“로고스logos.”

황금빛이 번뜩였다 사라졌을 때, 화이의 모습 또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 * *

사아아—

어둠이 걷혔다. 정신력으로 만들어진 세계가 지워지고 익숙한 공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두 명의 화이. 악을 자처했던 화이는 바닥에 누워 있었고 균형을 지키겠노라는 화이는 우뚝 서 있었다.

“클, 클클클…….”

마신이 웃었다.

“내 패배다, 백화이. 만상의 주인은 너다.”

구세救世는 이루어졌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장소에서 세계는 구원받았다.

칭송도 명예도 없다. 하지만 화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놈이 만들 세계, 저 세상에서 지켜봐 주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마신은 그제야 절대악을 자처해 왔던 삶이 얼마나 큰 짐이 되었는지 깨달았다. 홀가분한 미소가 지어졌다.

“잠깐.”

하지만 화이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신이 과거의 자신에게 패배하기 직전 내뱉은 한 마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네의 세계에서 메피스토는 존재하지 않았을 텐데.”

만상서고에서 보았던 첫 번째 기억. 그 세상에 메피스토는 없었다. 다른 인연들은 모두 존재했지만 악마소녀는 만나지 못했다. 마신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킬킬 웃었다.

“아, 클클……. 그렇군. 넌 아직 모를 거야. 나도 이때는 아직 알지 못했으니까.”

“무슨 소리지?”

“걱정 마라. 곧 알게 될 테니까.”

마신의 눈 속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던 황금빛 원들이 한순간에 빛을 잃었다. 그가 만상의 주인이기를 포기한 증거. 동시에 화이는 만상이 오롯이 그에게 넘어왔음을 느꼈다.

“이봐, 백화이.”

하나 기묘한 흡입력마저 느껴졌다. 의식을 어딘가로 끌어올리는 감각. 전지성을 얻었음에도 알 수 없으며 거부할 수 없는 힘. 화이의 의식이 멀어져 가는 가운데 마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상서고에서 보았겠지. 스스로 마신이 되겠다며 선언했던 사내를.”

“그건, 너…….”

“미안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킬킬대는 웃음소리도.

“나는 여섯 번째였다.”

“잠깐, 설명을…….”

“너무 서두르지 마라. 이제 보게 될 테니. 그가 널 부를 거다.”

화이의 의식이 멀어졌다.

* * *

무의식의 심연 속에서 화이는 보았다.

하나의 이야기를.

최초에 만상서고를 만든 사내가 있었다. 소중한 이들을 모두 잃은 사내는 스스로 악이 되기로 결심하여 세상을 뒤틀었다. 그는 마신이라 불렸다.

여기까지는 화이도 아는 이야기.

하나 그 뒤는 미지의 영역.

이야기는 계속되어 간다.

“…뭘 보여 주려 하는가.”

이야기는 계속되어 갔다.

화이가 마신이 되고, 만상서고의 선택을 받은 화이가 나타나고. 하지만 화이가 겪은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마신도 화이도 모르는 사내였다. 마신은 방금 전까지 싸웠던 자가 아니었으며 그에 대적하는 화이도 자신이 아니었다.

“…맙소사.”

모든 이야기를 엿본 화이는 깨달았다. 마신이 말했던 여섯 번째의 의미를. 왜 만상서고의 기억에 없었던 메피스토를 마신이 알고 있는지도.

왜 세계가 되풀이된 것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했는가. 화이와 마신의 싸움은 몇 번이고 있었다. 모든 화이는 승리했지만 끝내 마신이 되었다. 무려 여섯 번이나.

화이는, 일곱 번째였다.